관세무역동향
EU '수리할 권리 지침' 7월 본격화··· 가전·IT 설계부터 AS망까지 '전면 개편' 불가피 신규
EU '수리할 권리 지침' 7월 본격화··· 가전·IT 설계부터 AS망까지 '전면 개편' 불가피
세탁기·스마트폰 등 수리 의무화, 보증기간 최대 3년 연장
한국 기업 "호환·재생 부품 시장 확대 등 애프터마켓 진출 기회 노려야“
유럽연합(EU)이 자원 절약과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추진해 온 ‘수리할 권리 지침(Right to Repair Directive, Directive 2024/1799)’이 2026년 7월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에 진출한 우리 가전 및 IT 기업들의 철저한 대비가 요구된다.
코트라(KOTRA) 브뤼셀무역관의 ‘EU 수리할 권리 지침 주요 내용 Q&A’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지침은 소비자가 제품을 수리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제조사에 제품 수리 의무와 수리 방해 금지 의무를 강력하게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26년 7월 31일부터 EU 27개 회원국에서 효력이 발생하며, 제조사는 제품 단종 후에도 세탁기·건조기 등은 10년, 스마트폰·태블릿은 7년간 핵심 부품을 공급해야 한다. 특히 제조사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수리를 막거나, 비공식 수리점에서 수리받은 이력을 근거로 수리를 거부하는 행위가 전면 금지된다. 또한 소비자가 보증기간 내에 수리 받을 경우, 보증기간이 1년 추가돼 최대 3년까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 제조사 수리 의무 부과··· 부품 공급 최대 10년
이번 지침은 제품 설계 단계부터 적용되는 '에코디자인 규정(Regulation 2024/1781)'과 맞물려 작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에코디자인 규정이 제품에 대해 ▲분해가 쉬운 구조, ▲핵심 부품의 일정 기간 공급 의무 등 '설계 기준'을 제시하면, 수리할 권리 지침은 이를 바탕으로 제조사에 실제 수리 이행 의무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현재 의무 대상인 세탁기·건조기·식기세척기, 냉장고·냉동고, 스마트폰·태블릿, TV·전자디스플레이, 진공청소기 등이며, 향후 가구·의류·타이어·매트리스 등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제조사는 제품 단종 후에도 최대 10년간 핵심 부품을 공급해야 하며 EU 안전 규정을 충족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 외에 정당한 이유 없이 수리를 거부할 수 없다.
수리를 외부 업체에 위탁하는 것은 허용되지만 최종 책임은 제조사에 있으며 2026년 7월 이전에 구매한 제품도 에코디자인 규정 적용 대상이면 소급 적용돼 수리 요청이 가능하다.
■ 수리 방해 행위 전면 금지 및 소비자 권리 강화
또한 제조업체의 수리 방해 및 거부 행위가 엄격히 금지된다. 구체적으로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수리 기능을 제한하거나, 부품 가격을 비합리적으로 인상하여 수리를 어렵게 만드는 행위, 그리고 비공식 수리점 이용 이력을 이유로 보증을 무효화 하는 행위 등이 모두 금지 대상에 포함된다.
소비자의 선택권과 혜택도 대폭 강화된다. 소비자는 제조사의 공식 A/S 센터뿐만 아니라 사설 수리 업체를 포함해 본인이 원하는 모든 곳에서 자유롭게 수리 받을 수 있다. 특히 2년의 법정 보증기간 내에 수리 받을 경우, 보증기간이 1년 추가 연장돼 최대 3년까지 보장 받을 수 있다. 이 외에도 소비자가 수리 업체를 투명하게 비교할 수 있도록, 요청 시 수리 조건과 비용, 기간 등이 명시된 표준 견적서를 반드시 제공해야 할 의무가 제조사 및 수리 업체에 부과된다.
브뤼셀무역관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조치들은 유럽 내 인건비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수리보다 새로 사는 것이 싼'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지를 담고 있다. 독일 경우 2024년부터 수리 비용의 50%(건당 최대 200유로)를 지원하고 있으며 오스트리아 역시 2022년부터 수리 비용의 505(건당 최대 130유로)를 지원한다. 프랑스의 경우 제조업체에 의무 분담금을 걷어 2023년부터 2028년까지 약 2,600억원의 국가 수리 기금을 조성하는 상황이다.
■ 글로벌 기업, '자가 수리' 등 발 빠른 대응
글로벌 기업들 역시 대응책 마련 중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부터 세탁기, 냉장고에 이르기까지 제품 설계 단계부터 수리 용이성을 고려하고 있으며, 미국을 시작으로 한국에도 스마트폰 및 노트북, TV 제품을 대상으로 자가 수리 프로그램을 확대 적용 중이다. 미국 스마트폰 제조 업체 애플 역시 소비자가 직접 부품을 주문해 수리할 수 있는 셀프 수리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규제 흐름에 발을 맞추고 있다.
KOTRA 브뤼셀무역관은 보고서를 통해 "현재는 대기업 중심의 소비재가 주요 대상이지만, 향후 가구, 의류, 타이어, 매트리스 등으로 적용 범위가 단계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라며 관련 기업들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당부함과 동시에 이번 지침은 우리 중소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사설 수리업체가 제조사 부품에 접근하기 쉬워지면서 호환 부품 및 재생 부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KOTRA 브뤼셀무역관은 "호환 부품 제조 역량을 갖춘 중소기업들에는 유럽 애프터마켓(유지 보수) 시장이라는 새로운 판로가 열릴 수 있다"라고 분석하며 EU 시장에 직접 완제품을 수출하지 않더라도, 부품 공급 체계와 현지 네트워크를 선제적으로 점검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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