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무역동향
[관세청 브리핑] “미국산 원유, 제3국 경유해도 FTA 인정” 5.26.부터 직접운송 특례 신규
“미국산 원유, 제3국 경유해도 FTA 인정” 비관세장벽 없앴다
직접운송 특례·호주산 나프타 대체원료 무관세… 수입 활성화 기대
관세청이 미국·호주·말레이시아 등을 중심으로 비중동산 원유와 석유화학 원료 수입 확대 지원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자유무역협정(FTA) 직접운송 원칙 완화, 품목분류 기준 정비, 원산지증명서(CO) 발급 개선 등 비관세장벽 전반을 손질하면서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규제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종욱 관세청장은 5월 26일 서울세관에서 열린 ‘비중동산 원유 수입선 다변화 지원’ 브리핑에서 ▲미국산 원유 직접운송 특례 신설, ▲호주산 나프타 대체품 품목분류 개선, ▲말레이시아산 원유 원산지증명서 발급기간 단축 지원 등의 내용을 설명했다.
이종욱 관세청장
이번 조치는 중동 리스크가 여전한 가운데 국내 에너지·석유화학 업계가 겪고 있는 공급망 불안과 수입 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대응책이다. 특히 관세청이 기존의 서류 중심 심사체계를 실질 운송 여부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기업들의 FTA 활용 폭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관세청은 앞서 지난 4월에도 캐나다산 원유의 국내 무관세 도입 확대를 위해 원산지 입증 완화를 추진한 바 있다. 캐나다산 원유는 미국산 경질유 등과 블렌딩할 경우 중동산 중질유와 유사한 특성을 확보할 수 있어 국내 정유시설 개조 없이 활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공급망 대체 효과가 주목받고 있다.
■ 미국산 원유 ‘직접운송 특례’ 신설… 중남미 경유해도 FTA 적용
관세청이 밝힌 이번 대책의 핵심은 미국산 원유에 대한 ‘직접운송 특례’ 신설이다. 기존 FTA 체계에서는 협정국 간 직접운송된 물품에만 특혜관세 적용이 가능했다.
그동안 정유업체들은 FTA 혜택을 받기 위해 전체 운송경로와 경유국 세관이 발급한 입증서류를 제출해야 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경유국 세관 서류 확보가 쉽지 않아 특혜관세 적용을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관세청 자유무역협정집행과에 따르면, 그간 중동산 원유 수입이 원활할 때는 이러한 직접운송원칙이 문제 되지 않았지만, 중동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미국산 원유 도입이 늘었고 이 과정에서 제3국 경유 사례도 증가하면서 기업들의 애로가 커졌다.
관세청은 이번 특례를 통해 기존 ‘구비서류 중심’ 심사에서 ‘실질 운송 여부’ 확인 방식으로 판단기준을 전환했다. 이에 따라 정유업체들은 선박 위치정보(AIS)나 원유 계측 데이터와 같은 자료만으로 직접운송 사실을 입증할 수 있게 된다.
이종욱 관세청장은 “하나의 유조선에 여러 국가의 원유를 함께 선적하는 경우가 많지만, 전체 운송경로가 담긴 선하증권 확보가 쉽지 않아 특혜관세 적용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중동산 원유를 직접 운송해 들여오던 시기에는 문제가 크지 않았지만, 최근 비중동산 원유 도입이 확대되면서 직접운송 원칙이 현실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게 됐다”고 이번 대책의 취지를 설명했다.
직접운송 특례는 우선 미국산 원유에만 적용된다. 유조선이 이중격벽 구조로 원유를 분리 적재할 수 있어 혼재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특례 적용의 근거가 됐다. 또 관세청은 향후 업계 수요와 운영 성과를 검토해 직접운송 특례 적용 대상을 확대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업계는 즉각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실제 한 정유업체는 지난해 미국산 원유 도입 과정에서 직접운송 입증이 어려워 FTA 관세혜택 적용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청은 이번 특례 시행으로 연간 약 1,600만배럴 규모의 미국산 원유 추가 확보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브리핑에 참석한 현대 오일뱅크 관계자는 “직접운송 입증 부담으로 인해 놓치는 원유가 많았는데, 이번 특례로 서류 구비에 대한 실무 부담이 해소돼 미국산 원유 수입비용을 절감하는 한편, 연간 400만배럴을 추가 도입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특히 이번 조치는 단순히 미국산 원유 도입 확대에만 그치지 않는다. 미국산 원유 운반선이 멕시코·에콰도르 등 중질유 생산국을 경유해 추가 선적을 하더라도 미국산 물량에 대한 FTA 혜택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동 외 지역에서의 중질유 확보 가능성도 커질 전망이다. 예를 들어 미국산 원유를 적재한 뒤 멕시코와 에콰도르에서 추가 적재한 경우, 멕시코와 에콰도르산 원유는 FTA 특혜 대상이 아니지만 미국산 물량에 대해서는 특혜관세 적용이 가능하다.
국내 정유업계는 중질유 정제 설비 비중이 높아 멕시코·에콰도르산 등 중질유 확보가 중요하다. 이에 따라 미국산 경질유와 중남미산 중질유를 함께 도입할 수 있는 이번 특례가 공급망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관세청은 이번 직접운송 특례가 공급망 안정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특정 지역 의존도를 낮추고 원유 수입구조를 다변화하는 전략적 효과가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직접운송 입증 서류의 경우 업체에서 확보하기 용이하면서도 조작 가능성이 낮은 자료 위주로 선정했다는 것이 관세청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전체 항로를 확인할 수 있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정보와 탱크별 유종계획서, 계측결과보고서 등은 수입업체가 아닌 운송사나 국가검증기관에서 발급하는 자료다.
이종욱 관세청장은 “미국산 원유에 대한 직접운송 특례는 브리핑 당일인 5월 26일부터 즉시 시행된다”고 강조했다.
■ 나프타 대체품 품목분류 명확화… FTA 미체결국서 수입해도 무관세
관세청은 석유화학업계를 위한 지원책도 함께 내놓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호주산 나프타 대체품에 대한 품목분류 개선이다. 중동산 나프타 수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대체원료 수요가 확대됐지만, 품목분류 기준이 불명확해 업계 부담이 지속돼 왔기 때문이다.
나프타 대체품으로 알려진 천연가스액(NGL)은 그동안 세계관세기구(WCO)의 품목분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다. 천연가스 채취 이후 고도화된 분별증류(Fractionation) 공정 수행 여부에 따라 HS 제2709호 또는 제2710호로 분류될 수 있다. 제2709호 해설서에서는 “가스 콘덴세이트(gas condensate), 즉 천연가스를 채취한 즉시 안정화하는 과정에서 얻어진 원유(crude oil)를 분류한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불명확한 점 때문에 대부분 원유(HS 제2709호)로 분류돼 왔고 3% 관세와 비축의무가 발생하면서 비축시설을 보유한 업체만 수입이 가능했다.

관세청은 이번에 품목분류 사전심사 패스트트랙(Fast Track)을 적용해 해당 품목을 원유가 아닌 석유제품(HS 제2710호)으로 신속 분류했다. 이로써 관세 부담과 비축의무가 동시에 해소되면서 수입 즉시 생산공정 투입이 가능해졌다.
특히 이번 결정은 향후 FTA 미체결국으로부터 나프타 대체품을 수입할 경우에도 관세율을 기존 3%에서 0%로 낮출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업계는 호주산 천연가스액의 품질 경쟁력에도 주목하고 있다. 나프타 함량이 80~90% 수준으로 높아 타국산 대비 수율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관세청은 이번 조치를 통해 연간 약 250만톤 규모의 고품질 대체 원료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지난해 국내 석유화학업계 전체 나프타 수입량의 약 16%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번 조치는 단순 원가 절감 효과를 넘어 국내 생활밀착형 석유화학 제품 생산 안정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종량제 쓰레기봉투와 주사기 등 다양한 석유화학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료 수급 안정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 말레이시아 원산지증명서 발급 지연 개선도 추진
관세청은 말레이시아산 원유 수입기업들의 오랜 애로였던 원산지증명서(CO) 발급 지연 문제 해결에도 나섰다.
현재 말레이시아산 원유는 CO 발급에 평균 6개월 이상이 소요되면서 수입업체들이 우선 관세 3%를 전액 납부한 뒤 사후 환급받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장기간 자금이 묶이는 부담을 겪어 왔다.
기업이 원산지증명서 발급을 요청하면 트레이더, 수출자, 생산자, 발급기관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 평균 184일 정도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청은 말레이시아 당국과 협의를 통해 CO 발급 지연 원인을 파악하고 발급기간 단축 방안을 논의 중이며, 현재 평균 184일 수준인 발급기간을 약 60일 수준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발급 기간이 단축될 경우 기업 자금 유동성 확보와 원유 수입 확대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25년 기준 말레이시아산 원유 수입량은 약 450만배럴이며, FTA 협정세율 사후 적용에 따른 환급 규모는 약 160억원에 달한다.
관련 업계는 이번 조치가 단순한 관세행정 개선을 넘어 공급망 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에는 경제안보와 공급망 안정 차원에서 산업 경쟁력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관세행정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관세청은 중동상황 비상대응 T/F를 중심으로 경제안보품목에 대한 신속통관, 납기연장, 담보생략, 운임 상승분 과세가격 제외 등 지원책을 지속해서 확대하고 있다.
이종욱 관세청장은 “앞으로도 경제안보품목 공급망 전반에 걸친 규제혁신을 지속해 국내 에너지 수급 안정과 기업 경쟁력 강화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 주간 관세무역정보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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