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무역동향
[이주의 초점] ‘강제노동’ 내세운 미 301조 관세… 한국엔 ‘12.5%’ 예고 신규
‘강제노동’ 내세운 미 301조 관세… 한국엔 ‘12.5%’ 예고
USTR 강제노동 조사 결과 공개… 과잉생산 조사도 진행 중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강제노동 생산제품 수입금지 이행 여부를 이유로 한국에 12.5%의 추가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미국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 및 펜타닐관세가 연방대법원에서 위법 판단을 받은 이후 무역법 301조를 활용한 새로운 통상조치를 예고한 가운데, 이번 조치가 향후 한·미 통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을 끈다.
산업통상부 통상정책국에 따르면 USTR은 6월 2일(현지시간) 강제노동 생산제품 수입금지와 관련한 무역법 301조 조사 결과 보고서와 경제권별 관세율을 공개했다. USTR은 지난 3월 12일부터 한국을 포함한 60개 교역상대 경제권을 대상으로 관련 정책과 제도를 조사했으며, 조사 대상 경제권 모두 강제노동 생산제품 수입금지를 충분히 이행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301조 강제노동 관련 조사 결과 보고서 및 한국 관련 페이지(출처: USTR 홈페이지)
USTR은 캐나다, 유럽연합(EU), 멕시코, 대만, 인도네시아, 영국 등 14개 경제권에 대해서는 강제노동 생산제품 수입금지 관련 제도가 존재하거나 미국과의 무역협정을 통해 관련 의무를 약속했다는 이유로 10% 관세를 제안했다. 반면 한국과 일본, 중국,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인도, 베트남 등 46개 경제권에는 12.5%의 관세 부과를 제안했다. 산업통상부는 USTR이 한국에 대해 강제노동 생산제품 수입금지 조치를 효과적으로 시행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은 6월 3일 보도에서 USTR이 ”강제노동 생산제품 수입을 방지하지 못한 국가들이 미국 노동자들에게 불공정 경쟁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USTR은 이번 조사 결과와 관련해 7월 6일까지 서면의견서를 접수하고 7월 7일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 IEEPA 관세 대체할 ‘301조 관세체계’ 시동
이번 조치는 강제노동 규제에 국한되지 않고 미국이 새로운 관세체계를 구축하는 과정으로 여겨진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Atlantic Council)은 6월 3일 발표한 보고서(Can Section 301 effectively replace IEEPA?)에서 최근 진행 중인 강제노동 및 과잉생산(Excess Capacity) 관련 301조 조사가 IEEPA 관세 무효화 이후 미국 통상정책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분석했다. 애틀랜틱카운슬은 강제노동 조사와 과잉생산 조사를 통해 미국정부가 연간 최대 1,690억달러의 관세 수입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워싱턴포스트도 같은 날 “트럼프 행정부가 새로운 관세 장벽을 구축하기 위한 핵심 단계”라고 평가했으며, CNBC 역시 “IEEPA 관세 무효화 이후 국가별 관세를 복원하기 위한 주요 조치”라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국제인권감시기구 휴먼라이츠워치의 기업책임 담당자 헬레네 드 렝게르브가 “강제노동은 모든 국가와 관련이 있으며 모든 부문에서 일어나고 있다. 무역량만 기준으로 일부 국가를 선별하는 것은 비생산적일 수 있다”라고 의문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이를 종합하면 미국이 IEEPA 관세 이후 무역법 301조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통상정책을 전개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발표는 2월 20일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10% 임시 글로벌관세가 7월 24일 만료되는 것을 앞두고 나왔다. 특히 USTR은 강제노동 분야 외에도 과잉생산을 이유로 한 별도의 301조 조사를 진행 중이다.
산업부 통상정책국 미주통상과도 “향후 대응 과정에서 강제노동 조사뿐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과잉생산 분야 301조 조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조사 대상국은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번 강제노동 관련 관세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대부분의 EU산 상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율을 15%로 제한하기로 한 지난해 미·EU 무역협정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유럽의회 무역위원회 베른트 랑게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워싱턴은 관세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새로운 법적 근거를 찾고 있다”며, “2024년 강제노동 제품 수입을 금지하기로 한 EU 법을 고려할 때 미국의 조사 결과는 완전히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USTR은 EU의 반 강제노동 조치가 2027년 12월에야 발효되며 핵심 요소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중국 또한 마오 닝 외교부 대변인이 “중국에는 강제노동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USTR 보고서를 전면 부인했다.
■ 정부 “기존 한·미 관세합의 이익균형 유지돼야”
정부는 이번 조치가 지난해 협상한 한·미 간 관세합의와 충돌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산업부 미주통상과 한미FTA이행팀이 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3일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OECD 각료이사회를 계기로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와 면담을 갖고 이번 301조 조사 결과와 과잉생산 분야 조사 등 주요 통상 현안을 논의했다.
여 본부장은 “이번 301조 조사 결과뿐 아니라 향후 양국 간 발생하는 통상현안도 신규 관세조치가 아닌 한·미 관세합의 틀 안에서 협의돼야 한다는 입장을 미국 측에 명확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향후 의견서 제출과 공청회 절차를 통해 우리나라의 강제노동 근절 노력과 관련 제도를 적극 설명할 계획이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과잉생산 분야 301조 조사 결과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하면서 기존 한·미 관세합의에 따른 이익 균형이 훼손되지 않도록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 품목별 예외 폭넓게 적용… 과잉생산 조사 결과는 변수
다만 USTR이 제안한 이번 관세가 모든 품목에 일률적으로 적용되지는 않을 방침이다. USTR의 2일 관련 보도자료에 따르면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품목과 특정 광물·원자재, 일부 항공기 및 의약품 등 미국 내 생산이 충분하지 않은 품목은 관세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로이터통신은 원유·석유제품, 희토류, 특수금속, 의약품, 항공기 부품 등을 포함한 76페이지 분량의 품목 예외 목록이 제시됐다고 보도했다. CNBC 역시 전자제품과 인공지능(AI) 관련 제품 등을 포함한 상당수 품목이 면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 D.C.의 컨설팅 기업 캡스톤의 앤드류 기어 전무이사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의 적용을 받는 상품을 포함해 미국이 매년 수입하는 3조 4,000억달러 상당의 상품 중 절반이 301조 조치에서 면제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강제노동 분야보다 향후 발표될 과잉생산 분야 조사 결과에 더 주목하고 있다. 현재 한국을 포함해 EU, 중국, 일본, 멕시코, 인도 등 주요 제조업 국가들이 조사 대상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역법 301조에 따른 관세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 사용된 만큼 IEEPA 관세나 임시 글로벌관세보다 법적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이 작다.
한국무역협회 워신텅지부는 4일(현지시간) 강제노동 조사 진행 속도가 일반적으로 301조 조사보다 2배 빠르다는 AP통신의 보도를 인용하며, 최종 결정까지는 추가 절차가 남아 있으나 122조 글로벌관세 만료 이전 시행될 수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현재 진행 중인 과잉생산 301조 조사 결과와 맞물려 최종 관세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업계는 강제노동 조사와 과잉생산 조사 결과가 어떤 방식으로 반영될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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